‘기분 날씨판’ 만들기: 아이와 교실의 감정 날씨 함께 살피기
1. 기분에도 날씨가 있다는 걸 아시나요?
“오늘은 마음이 맑아요.”
“지금 내 기분은 흐려요.”
이런 표현을 아이가 스스로 말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아이에게 감정을 묻는 건 생각보다 어려운 일이에요. “기분이 어때?”라는 질문에 선뜻 대답하기 어려운 아이들도 많고,
특히 만1~2세 아이들은 감정을 정확한 단어로 표현하는 데 익숙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감정을 직접 묻기보다, 비유와 상징을 통해 감정을 드러낼 수 있는 방법을 사용하는 것이 효과적입니다.
‘기분 날씨판’은 바로 그런 도구예요. 아이가 자신의 기분을 하늘 날씨에 빗대어 표현해보며
지금 느끼는 감정을 인식하고 말로 옮겨보는 활동입니다.
‘맑음’, ‘흐림’, ‘비’, ‘천둥번개’, ‘무지개’ 같은 날씨 그림으로 구성된 이 활동은,
아이의 감정을 드러내고 교사와 친구가 서로의 마음을 살필 수 있게 도와주는 감정코칭의 훌륭한 매개체입니다.
2. 어떻게 만들고 활용하면 좋을까요?
‘기분 날씨판’은 벽걸이 게시판이나 개인용 파일, 또는 자석판으로 만들 수 있어요.
방법은 아주 간단합니다.
기본 구성
- 기분 날씨 그림 (예: ☀️ 맑음, 🌥 흐림, 🌧 비, 🌩 천둥번개, 🌈 무지개)
- 각 날씨마다 짧은 설명 문구 (예: “맑음 – 기분이 좋아요”, “비 – 속상해요”)
- 아이 얼굴 사진 또는 이름 카드를 붙일 수 있는 칸
활용법은 다양해요.
하루 일과 시작 전, 아이에게 “오늘 내 마음 날씨는 어떤가요?”라고 묻고
아이 스스로 자신의 이름이나 사진을 해당 날씨 아래에 붙이게 하는 방식입니다.
말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더라도 그림을 고르는 행동만으로도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는 점이 큰 장점입니다.
그리고 중요한 건, 아이가 어떤 날씨를 고르더라도 교사가 판단하거나 교정하지 않고 그대로 수용하는 태도예요.
“어? 왜 비예요?”가 아니라 “오늘 속상한 기분이구나. 선생님이 옆에 있어줄게.”
이 한마디가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안아주는 감정코칭이 됩니다.
3. 감정 나눔이 일상이 되면 아이는 달라져요
기분 날씨판을 도입한 교실에서는 감정 표현이 조금씩 더 자연스러워지는 모습을 볼 수 있습니다.
한 아이가 “오늘은 천둥번개예요…”라고 말하면, 교사나 친구가 “무슨 일 있었어?” 하고 묻고,
“선생님이 안아줄게”, “괜찮아질 거야” 같은 반응이 따라오죠.
이렇게 감정에 대한 대화가 일상적으로 오가면서, 서로의 감정을 존중하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또한 아이 스스로도 자신의 감정을 점검하는 습관이 생깁니다.
“아까는 비였는데, 지금은 무지개예요!”
“친구랑 화해해서 기분이 좋아졌어요.”
이런 말들을 들으면 감정코칭이 ‘교육’이 아닌 아이의 삶 속에 뿌리내리고 있다는 것을 실감하게 됩니다.
기분 날씨판은 또한 감정 변화를 시각적으로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어요.
아침에는 비였던 아이가 놀이 후에는 맑음으로 바꾼다든지, 낮잠 후 감정이 달라졌다든지 하는 변화를 보면서
교사도 아이의 하루 감정 흐름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반응할 수 있게 됩니다.
4. 감정 날씨를 나누는 교실, 마음이 자라는 공간
감정코칭은 어렵고 무겁지 않아도 됩니다.
중요한 건 아이의 마음을 보려고 하는 작은 장치 하나, 진심어린 관심 한 줌이에요.
‘기분 날씨판’은 교실에 그 작은 관심을 시각화해주는 도구가 됩니다.
아이들이 하루를 시작하며 스스로의 감정을 점검하고, 친구의 감정에도 귀 기울이며 시작하는 교실.
그 공간은 단순히 수업을 듣는 장소가 아니라, 아이들의 마음이 자라고 감정이 흐를 수 있는 안전한 공간이 됩니다.
오늘 아이의 마음 날씨는 어떤가요?
맑든 흐리든, 비가 오든 무지개가 뜨든—우리는 그 감정을 함께 느끼고 나누어줄 수 있는 교사가 되어주면 됩니다.
그 날씨판 위에 붙은 작은 아이의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소중한 감정 지도일 수 있으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