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감정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 – 감정코칭의 기본 자세

앨이야 2025. 6. 15. 17:17

1. 감정은 ‘지도’의 대상이 아니다

어린이집에서 교사로 근무하다 보면 하루에도 수십 번씩 아이들의 감정을 마주하게 됩니다. 울다가 웃고, 화내다가 갑자기 안기고, 이유 없이 소리 지르다가 금세 안정을 찾기도 하죠. 이런 복잡한 감정의 흐름을 볼 때마다 교사나 부모로서 “이럴 땐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고민이 들기 마련입니다. 많은 어른들은 아이가 감정을 제대로 다루지 못할 때, **‘감정을 지도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마치 규칙이나 예절을 가르치듯, 감정도 지켜야 할 방식이 있다고 여기는 것이죠.

하지만 감정은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감정은 '경험되는 것'이며, 특히 아이에게는 누군가 함께 느껴주고 이해해주는 과정이 절대적으로 필요합니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아이가 기쁠 때 같이 기뻐하고, 아이가 속상할 때 그 마음에 공감하며 옆에 있어주는 것입니다. 이처럼 감정코칭은 기술이 아니라 태도이며, 아이의 감정이 ‘옳다’고 말해주는 정서적 지지의 행위입니다.


2. 감정코칭은 ‘함께 느끼는 자세’에서 시작된다

감정코칭에서 가장 중요한 첫걸음은 **‘공감’**입니다. 공감은 아이가 경험하는 감정을 정확히 해석해주는 것이라기보다, 그 감정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함께 머물러주는 것에 가깝습니다. 아이가 화를 낼 때 “화내지 마”라고 말하기보다, “화가 났구나, 속상했겠다”라고 반응해주는 것이 감정코칭의 시작입니다.

만1세 영아는 자신의 감정을 설명할 언어 능력이 부족하기 때문에, 교사나 부모가 대신 말로 표현해주는 것이 중요합니다. 이때 단순히 상황을 분석하기보다, 아이의 감정에 머물며, 아이가 느낀 그대로를 수용해주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이게 왜 힘들었을까?”가 아니라 “힘들었구나, 많이 속상했겠다”라고 말해주는 것. 이러한 반응은 아이가 자신이 느낀 감정을 이해받고 있다는 안도감을 주며, 감정 표현에 대한 긍정적인 경험을 쌓게 만듭니다.

특히 영아기는 타인의 감정을 이해하기보다는 자신의 감정을 받아들이고 드러내는 능력을 키우는 시기이므로, 어른의 반응은 더욱 결정적입니다. 감정코칭은 아이가 감정의 홍수 속에서 길을 잃지 않도록 어른이 함께 손을 잡아주는 일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3.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흘려보내는 연습

어떤 감정이든 나쁜 감정은 없습니다. 다만, 아이가 감정을 어떻게 다루는지에 따라 행동이 달라지고, 관계가 형성됩니다. 아이가 화를 내거나 울음을 터뜨릴 때, 우리는 종종 **‘이 감정을 멈추게 해야 한다’**는 압박을 느낍니다. 하지만 감정은 억누른다고 사라지지 않습니다. 오히려 감정은 인정받고 나서야 자연스럽게 흘러가고 조절되는 것입니다.

감정코칭의 핵심은 아이가 감정을 지나치도록 돕는 것입니다. 그 방법은 간단합니다. 옆에 있어주고, 함께 느끼고, 감정을 언어로 표현해주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괜찮아, 그럴 수도 있어. 선생님도 화날 때 있어”처럼 감정을 정상적인 것으로 받아들이는 말은 아이에게 큰 위로가 됩니다. 이런 말을 반복해서 들은 아이는, 점차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하고 흘려보내는 방법을 익히게 됩니다.

그리고 중요한 것은 감정을 느끼는 공간이 ‘안전하다’는 것을 아이가 스스로 느끼도록 해주는 것입니다. 교사나 부모가 부정적인 감정에도 차분하게 반응하고, 혼내지 않고 기다려주는 태도는 아이에게 감정 표현이 위험하지 않다는 신호를 줍니다. 이 안정감은 정서적으로 건강한 아이로 성장하는 데 필수적인 기반이 됩니다.


4. 교사와 부모가 먼저 감정에 솔직해질 때

감정코칭은 아이만을 위한 것이 아닙니다. 교사와 부모도 감정에 솔직해지는 연습이 필요합니다. 아이가 소리를 지르거나 울음을 터뜨릴 때, 교사인 나 역시 불안하거나 당황스러울 수 있습니다. 때로는 지치고, 나도 모르게 짜증이 날 수도 있습니다. 중요한 건 그런 감정을 억누르거나 숨기지 않고, ‘나는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고 있는가’를 스스로 인식하는 것입니다.

감정에 민감한 아이들은 어른의 감정을 빠르게 알아차립니다. 내가 긴장하거나 짜증 나 있을 때, 아이도 쉽게 불안해지고 과민해지죠. 반대로 내가 아이의 감정을 받아들일 준비가 되어 있고, 내 감정을 정리한 상태라면 아이와의 관계도 훨씬 부드럽고 안정적으로 흐릅니다. 감정코칭은 결국 어른이 먼저 감정을 돌아보는 자기성찰이기도 합니다.

감정은 가르치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와 함께 느끼고, 받아들이고, 흘려보내는 과정 속에서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하고, 타인의 감정에도 귀 기울일 수 있는 사람으로 자라게 됩니다. 이 모든 과정의 중심에는 **‘감정에 대한 존중’과 ‘함께 있음의 힘’**이 있다는 것을 잊지 않아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