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잠 거부하는 아이, 감정으로 이해해보기
1.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 문제 행동이 아닙니다
어린이집 생활에서 만 1세 영아가 가장 많이 보여주는 일 중 하나는 바로 ‘낮잠 거부’입니다.
억지로 눕히면 울거나, 눈을 부비면서도 일어나는 아이,
심지어 담요를 걷어차고 주변 친구들을 방해하는 경우도 있지요.
이럴 때 우리는 흔히 ‘이 아이는 낮잠을 안 자는 아이라서 그래’, ‘습관이 안 잡혔구나’ 하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하지만 감정코칭 관점에서는 이렇게 해석합니다.
“지금 아이가 잠을 거부하는 데는 어떤 감정적 이유가 있을까?”
아이의 행동 이면에 숨겨진 감정을 이해하려고 하는 순간, 문제는 달리 보이기 시작합니다.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는 단지 몸이 덜 피곤한 것이 아니라, 낯선 환경에서의 불안감,
이별에 대한 걱정, 주변 친구의 움직임에 대한 예민함 등을 느끼고 있을 수 있습니다.
감정의 눈으로 행동을 바라보는 것이, 감정코칭의 첫걸음입니다.
2. 감정 읽기의 시작: “잘 자는 게 아니라, 잘 쉬는 것”
감정코칭 교실에서는 ‘낮잠 시간’도 단지 잠자는 시간이 아닌, 감정 회복 시간으로 봅니다.
모든 아이가 같은 시간에, 같은 방식으로 잠들 수는 없고, 각자 회복하는 방법이 다르다는 점을 인정하는 데서 시작합니다.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가 있었어요. 처음엔 누우라고 하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고,
담요를 씌우면 곧바로 떼어냈습니다. 하지만 자세히 관찰해보니 이 아이는
조용한 음악이 흐르고, 담요 대신 얇은 타월을 몸에 감싸줄 때,
스스로 등을 토닥이거나 교사의 손을 꼭 잡고 있을 때 안정을 찾는 모습을 보였어요.
이 아이에게 필요한 건 잠 자체가 아니라, 감정을 쉬는 시간,
누군가 곁에 있다는 안정감이었습니다.
그 안정이 쌓인 후에야 비로소 아이는 눈을 감기 시작했지요.
즉, 낮잠을 강요하기보다는 ‘편안한 감정 상태’로 이끄는 것이 먼저입니다.
3. “자기 싫어”는 감정 표현이에요
아이의 낮잠 거부는 단순한 반항이 아니라, 감정의 언어일 수 있어요.
만 1세 영아는 아직 말로 감정을 표현하기 어렵기 때문에,
“자기 싫어!”, “안 잘 거야!”라는 말이나 행동 속에는
불안, 두려움, 또는 무언가를 잃는다는 감정이 담겨 있을 수 있습니다.
이럴 때 교사는 “이 시간은 다 자는 시간이야, 누워야 해”라는 반응보다
“지금 눈 감는 게 싫구나, 몸이 불편한가?”, “선생님이 옆에 있어줄게”라고
감정을 받아주고 이해해주는 말을 건네야 합니다.
그 한마디가 아이에게 “내 감정을 알아주는 사람이 있구나”라는 신뢰를 심어주고,
그 신뢰는 감정적 긴장을 낮춰줍니다.
때로는 아이가 낮잠 전에 집 생각이 나거나, 아침에 서운했던 일이 떠오를 수도 있어요.
그 감정을 인지하고 말로 표현하게 도와주는 것이
진짜 감정코칭이며, 결국 낮잠이라는 루틴 안에서 감정 안전지대를 만들어주는 일이 됩니다.
4. 낮잠 전 감정루틴, 이렇게 만들어 보세요
실제 교실에서는 **‘낮잠 전 감정 루틴’**을 만드는 것이 아이들에게 매우 효과적입니다.
예를 들어, 낮잠 전 조용한 그림책을 읽고, 감정 날씨판에서 “지금 내 기분은…”을 짧게 말해보거나
“선생님, 오늘은 따뜻한 기분이에요”라는 표현을 그림으로 나타내보는 것도 좋습니다.
이렇게 감정을 정리하고 표현하는 작은 루틴을 반복하면
아이들은 마음속 긴장을 자연스럽게 풀게 되고,
낮잠이라는 생활 속 루틴도 편안하게 받아들이게 됩니다.
감정코칭은 ‘감정을 없애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감정을 존중하고 받아들이는’ 관계의 실천입니다.
낮잠을 거부하는 아이를 억지로 재우기보다는
그 아이가 ‘왜 지금은 자기 싫은지’를 함께 들여다보는 교사,
바로 그 순간 감정코칭은 시작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