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매일 등원 거부하던 아이, 감정을 말하게 하자 달라졌어요

앨이야 2025. 6. 17. 08:00

1. “오늘은 안 갈래!” 등원 거부는 감정의 외침

어린이집 교사로 일하면서 자주 마주하는 상황 중 하나는 바로 등원 거부입니다.
등원시간이 가까워지면 울며 떼를 쓰거나, 입을 꾹 다문 채 현관 앞에서 움직이지 않는 아이.
옷을 입히는 것조차 거부하고, 결국 울음을 터뜨리는 모습에 부모도 지치고 아이도 지쳐가는 악순환이 반복됩니다.

많은 보호자들은 “왜 이렇게 어린이집 가기 싫어할까?”, “혹시 친구랑 싸운 건 아닐까?” 걱정하기도 하지만, 사실 아이 스스로도 자신이 왜 그런 감정을 느끼는지 명확히 설명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그저 낯설고 불안한 감정이 마음속을 가득 채우고 있는데, 그것을 표현할 언어가 없기에 울음이나 투정, 거부로 나타나는 것이죠.

이럴 때 가장 필요한 건, 행동을 멈추게 하는 것이 아니라 아이의 감정을 읽어주고, 말할 수 있도록 돕는 것입니다. 감정코칭은 바로 이런 상황에서 빛을 발합니다. 말로 표현하지 못한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 그것이 아이 마음을 여는 열쇠가 될 수 있습니다.


2. 한 아이의 변화, 감정을 말하게 된 순간부터

우리 반 아이들 중 한 명, 민재(가명)도 매일 아침 등원 전 격렬하게 거부하던 아이였습니다.
현관문 앞에서 신발을 벗고 눕는 건 기본, 엄마 품에서 떨어지지 않으려 울부짖는 날이 이어졌죠. 처음엔 분리불안이겠거니 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나아지지 않았고, 민재는 점점 더 긴장한 표정으로 아침을 맞이했습니다.

어느 날, 평소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 민재와 단둘이 마주하는 순간이 있었습니다. 저는 민재 옆에 조용히 앉아 이렇게 말했습니다.
“민재야, 어린이집 오는 게 힘들어? 어떤 기분이야?”
대답은 없었지만, 민재는 제 얼굴을 잠시 바라보더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저는 그 반응을 놓치지 않고 이어 말했어요.
“아침에 엄마랑 떨어지는 게 속상했구나. 혹시 무섭거나 걱정되는 게 있었을까?”

그날 이후 민재는 서서히 고개 끄덕이기, 손가락으로 가리키기, 짧은 단어로 말하기 같은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기 시작했습니다. “싫어”, “졸려”, “엄마…” 같은 단어들이 처음에는 거부처럼 들렸지만, 그 안에는 불안과 혼란, 그리고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 담겨 있었죠.


3. 아이의 감정을 '말로 대신 해주는 것'부터 시작하세요

감정코칭의 핵심은, 아이가 말하지 못하는 감정을 어른이 대신 말해주는 것입니다.
만1세 아이는 감정의 이름도, 그 의미도 아직 잘 모르기 때문에, 어른의 말과 반응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비로소 알아갑니다.
즉, "네가 지금 어떤 감정을 느끼는지 나는 관심 있고, 그걸 함께 알아가고 싶어"라는 메시지를 주는 것이 감정코칭의 본질입니다.

민재에게는 매일 아침 “오늘은 무슨 기분이야?”라고 물었고, 어떤 날은 “기분 나빠”, “싫어”라고 대답하기도 했습니다.
그럴 때 저는 “그렇구나, 오늘은 가기 싫은 기분이구나. 그런데 선생님은 민재랑 놀고 싶어서 기다렸어”라고 말해줬습니다.
이런 반복적인 감정코칭은 민재가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표현할 수 있는 안전함을 느끼게 해주었고, 점차 스스로 마음을 정리하고 등원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습니다.

감정을 말하게 된 아이는 점차 상황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을 기르게 됩니다. 그 결과 등원뿐 아니라 다른 활동에서도 안정적인 정서를 유지하게 되는 변화가 일어났습니다.


4. 등원 거부, 행동보다 감정을 들여다보면 달라집니다

등원 거부는 그 자체가 나쁜 행동이 아닙니다. 오히려 아이가 느끼는 감정의 무게가 얼마나 큰지를 보여주는 신호입니다.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행동으로 나타날 수밖에 없습니다. 그렇기에 우리는 ‘왜 이러지?’라고 묻기보다, ‘지금 어떤 기분일까?’를 먼저 물어야 합니다.

아이의 감정을 묻고, 들어주고, 말로 대신 해주는 반복적인 감정코칭은 결국 아이가 스스로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습니다.
그리고 그 경험은 단지 등원 시간뿐 아니라 아이의 평생 정서 발달의 기초가 되는 중요한 시간이 됩니다.

오늘도 등원 앞에서 망설이는 아이를 마주하셨다면, 아이의 손을 잡고 이렇게 말해보세요.
“가기 싫은 마음이 있었구나. 그래도 선생님이 기다리고 있어.”
그 따뜻한 말 한마디가, 아이의 마음을 여는 문이 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