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세 영아의 정서 표현 단계, 어떻게 해석하고 반응해야 할까?
1. 1세, 감정 표현이 시작되는 시기
많은 분들이 아이가 말을 잘 하게 된 이후에야 감정 표현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지만, 사실 감정 표현은 말보다 훨씬 이른 시기부터 시작됩니다. 생후 6개월 이후부터 아이는 기쁨, 놀람, 분노, 슬픔, 혐오, 공포와 같은 기본 정서를 경험하고 표현하기 시작하며, 만1세가 되면 이 감정 표현이 조금 더 뚜렷해지고 복잡해집니다.
만1세 영아는 자신의 욕구가 충족되지 않거나 낯선 상황에서 불안을 느낄 때 울음, 짜증, 몸 비틀기, 물건 던지기 등의 방식으로 감정을 드러냅니다. 반대로, 좋아하는 장난감을 발견했을 때 박수치거나 소리 내어 웃는 모습처럼 긍정적인 감정도 비언어적 표현으로 나타냅니다. 이처럼 말로 표현하기 전 단계의 정서 표현은 아이의 마음을 이해하고 교감하기 위한 소중한 단서입니다. 문제는 어른이 이 표현을 ‘행동’ 그 자체로만 보고 판단할 때, 아이의 감정이 무시되거나 억눌릴 수 있다는 점입니다.
2. 영아의 감정 표현, 행동이 아닌 '신호'로 해석하기
만1세 영아는 정서 표현과 조절 능력이 미숙하기 때문에, 강한 감정이 생기면 이를 직접적으로 표출합니다. 장난감을 빼앗기면 울거나 친구를 밀치는 행동을 할 수도 있고, 익숙하지 않은 환경에서는 부모나 교사에게 매달리며 심하게 낯가림을 하기도 합니다. 이때 우리가 주목해야 할 것은 행동의 겉모습이 아닌, 그 안에 담긴 ‘감정의 신호’입니다.
예를 들어, 아이가 다른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았다면 ‘욕심이 많아서’라기보다는 ‘그 장난감을 가지고 놀고 싶은 욕구와 감정’을 표현한 것입니다. 울고 소리를 지르는 것은 ‘싫다’, ‘화가 났다’, ‘도와달라’는 요청일 수 있습니다. 행동을 무조건 제지하거나 나무라기보다는, 먼저 감정의 의미를 파악하고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이해하고 다루도록 도와주는 것이 필요합니다.
이러한 태도는 정서 발달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아이는 반복되는 경험을 통해 “내 감정이 이해받고 있구나”라는 안정감을 느끼며, 감정 표현을 점점 더 자연스럽고 적절한 방식으로 바꿔나가게 됩니다.
3. 교사와 부모의 반응이 정서 발달을 결정짓는다
만1세 아이가 감정을 표현할 때, 어른의 반응은 아이의 정서 발달 방향을 결정짓는 중요한 요소입니다. 아이가 불편한 감정을 표현했을 때, “울지 마”, “그만해”와 같이 억압하는 반응보다는 “속상했구나”, “무서웠구나”와 같이 감정을 대신 언어화해주는 반응이 필요합니다. 이는 아이가 자신의 감정을 인식하고, 이름 붙이며, 차차 조절해나갈 수 있도록 돕는 중요한 과정입니다.
또한 아이의 부정적 감정을 수용하고 공감하는 반응은, 아이의 자존감과 정서적 안정감에도 영향을 줍니다. 예를 들어, 친구와 갈등 상황에서 화를 내며 울음을 터뜨린 아이에게 “그럴 수도 있어. 선생님도 가끔 화가 날 때가 있어”라고 말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감정을 표현해도 괜찮다는 신뢰를 느낄 수 있습니다.
반대로, 일관되지 않은 반응이나 무시, 벌 등의 반응은 아이가 감정을 억누르거나 부정적으로 해석하도록 만들 수 있습니다. 교사와 부모 모두가 일관된 태도로 아이의 감정을 따뜻하게 받아주는 것이 매우 중요합니다.
4. 감정은 말보다 먼저 자라는 능력입니다
만1세 아이의 정서 표현은 말보다 먼저 자라는 능력이며, 이 능력을 건강하게 키우는 데 가장 큰 역할을 하는 것은 어른의 반응입니다. 아이의 눈물과 짜증, 떼쓰기, 웃음, 낯가림 같은 행동들은 모두 감정이라는 언어로 이루어진 메시지입니다. 이 메시지를 얼마나 잘 읽고, 따뜻하게 반응해주는지가 정서 발달의 핵심입니다.
어린이집 현장에서 교사는 아이의 감정을 세심하게 읽고, 그에 맞춰 대화와 상호작용을 합니다. 예를 들어, “이 장난감이 안 되니까 화가 났지?”처럼 감정을 말로 표현해주는 것만으로도 아이는 자신의 마음을 이해받았다고 느낍니다. 그렇게 조금씩, 감정은 언어가 되고, 관계로 확장되며, 아이의 사회성과 자아감에 긍정적인 영향을 줍니다.
감정은 억제하는 것이 아니라 ‘배우는’ 것입니다. 그리고 그 배움은 바로 지금, 만1세의 일상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아이의 행동 너머에 담긴 감정을 읽어주는 일. 그것이 바로 정서 교육의 시작이자 감정코칭의 본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