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내 거야!" 장난감 다툼으로 시작된 하루
어린이집 교실 안은 늘 다양한 감정이 오가는 작은 사회입니다. 그중 가장 자주 마주하는 상황 중 하나는 바로 장난감을 두고 벌어지는 다툼입니다. 특히 만1세 반에서는 ‘같이 놀기’보다 ‘내가 먼저 가지고 싶은 욕구’가 앞서기 때문에, 장난감을 빼앗거나 뺏기고 우는 일이 흔하게 일어납니다.
어느 날, 우리 반의 유찬(가명)이가 친구가 가지고 놀던 장난감을 홱 빼앗는 일이 있었습니다. 친구는 깜짝 놀라 울음을 터뜨렸고, 유찬이는 표정 하나 변하지 않은 채 장난감을 가지고 놀기 시작했어요. 이 장면을 본 교사들은 본능적으로 “그렇게 하면 안 돼”, “친구 울잖아”라고 반응할 수 있지만, 감정코칭의 관점에서는 그 아이의 감정과 욕구부터 먼저 들여다보는 태도가 필요합니다.
장난감을 빼앗는 행동은 분명 ‘사회적 규칙’에 어긋납니다. 하지만 아이의 입장에서는 그것이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는 유일한 방법일 수 있습니다. 그 장난감이 정말 가지고 싶었고, 참을 수 없을 만큼 흥미로웠던 순간일 수 있죠. 이 상황은 감정코칭이 개입될 수 있는 절호의 기회였습니다.
2. 행동보다 먼저 감정을 바라보다
아이의 행동을 단순히 ‘잘못된 것’으로 판단하고 즉각 제지하는 것이 아니라, 그 이면의 감정을 이해해주려는 것이 감정코칭의 시작입니다. 유찬이가 장난감을 빼앗았을 때, 저는 먼저 아이 옆에 다가가 감정을 해석해주는 말을 건넸습니다.
“유찬이는 그 장난감이 너무 갖고 싶었구나.”
“친구가 가지고 있어서 기다리기 힘들었을 수도 있겠어.”
이 말은 잘잘못을 따지기 이전에, 아이의 마음을 알아차려주는 메시지입니다. 그러자 유찬이는 처음에는 시선을 피했지만, 이내 장난감을 품에 안고 말없이 제 얼굴을 바라보았어요. 그리고 그제야 “이거 좋아…”라고 중얼거렸습니다.
이것은 중요한 전환점입니다. 감정이 이해받았다는 느낌을 받았기 때문에, 아이는 방어적인 태도에서 벗어나 조금씩 자신의 욕구와 감정을 언어화하려는 시도를 한 것입니다. 감정코칭은 이런 순간들을 포착해 아이가 내면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돕는 역할을 합니다. 행동의 결과만이 아니라, 그 안의 감정을 인정받을 때, 아이는 변화할 수 있는 힘을 갖게 됩니다.
3. 감정을 매개로 한 갈등 해결의 실마리
아이의 감정이 수용되었다면, 다음 단계는 갈등 상황을 이해하고 조절할 수 있는 경험을 제공하는 것입니다. 저는 유찬이에게 장난감을 잠시 손에서 내려놓게 하고, 친구에게 다가가 볼 수 있도록 유도했습니다. 그 과정에서도 강요나 지시는 하지 않았고, “이 장난감은 친구가 먼저 놀고 있었지? 유찬이도 갖고 싶었던 거고”라며 양쪽의 감정을 함께 언어화해주었습니다.
친구에게는 “속상했구나. 놀고 있었는데 갑자기 가져가니까 놀랐지”라고 말하며 감정을 받아주었고, 유찬이에게는 “지금은 친구 차례니까, 조금만 기다려보자. 선생님이 도와줄게”라고 제안했습니다. 이후 장난감 교환을 기다리는 동안 유찬이는 곁에 와서 다른 블록을 만지며 시간을 보냈고, 몇 분 후 친구가 장난감을 넘겨주자, 자연스럽게 순서를 받아들이는 모습을 보였습니다.
이 일은 단순한 행동 수정을 넘어, 아이가 감정을 기반으로 갈등을 이해하고, 타인과의 관계에서 조절 능력을 키우는 실제적 경험이 되었습니다. 감정코칭은 이렇게 아이 내면의 흐름을 읽고, 갈등을 회피하지 않으면서도 부드럽게 풀어가는 과정입니다.
4. 사회성의 첫걸음은 ‘감정의 다름’을 이해하는 것
만1세는 ‘사회성’이라는 말이 어색할 만큼 아직 자아 중심적인 시기입니다. 하지만 바로 이 시기야말로, 감정을 통해 다른 사람을 이해하는 기초를 쌓기 가장 좋은 때입니다.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갈등을 겪는 상황은, 어른이 보기에 단순해 보일 수 있지만, 아이에게는 감정의 충돌을 처음으로 경험하고 배워가는 중요한 기회입니다.
감정코칭은 이 과정을 교사가 ‘지도자’로 끌고 가는 것이 아니라, ‘동반자’로 함께 느끼고 해석해주는 역할을 합니다. “왜 그랬어?” 대신 “그때 어떤 기분이었어?”라고 묻는 태도. “하지 마!”보다 “이렇게 느낄 수 있어”라고 말해주는 여유. 이런 반응 하나하나가 아이의 정서 발달에 큰 발자국을 남깁니다.
친구의 장난감을 빼앗은 행동은 교정의 대상이 아니라, 감정을 통해 이해받을 수 있는 기회로 전환되어야 합니다. 그렇게 감정을 들여다보는 경험을 한 아이는 다음 번에도 자신의 마음을 행동이 아닌 언어와 관계로 풀어나갈 수 있는 준비가 됩니다.
'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매일 등원 거부하던 아이, 감정을 말하게 하자 달라졌어요 (0) | 2025.06.17 |
---|---|
낯가림 심한 아이, 감정을 존중하자 놀랍게 달라졌어요 (2) | 2025.06.16 |
울음을 멈추지 않는 아이, 감정코칭으로 변화된 하루 (3) | 2025.06.16 |
부정 감정도 소중하게 다루기: 영아 감정 수용의 첫걸음 (0) | 2025.06.15 |
감정은 가르치는 게 아니라 함께 느끼는 것 – 감정코칭의 기본 자세 (3) | 2025.06.15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