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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감정카드 놀이로 시작하는 감정표현 활동법

by 앨이야 2025. 6. 17.

1. 감정표현, 아이에게도 ‘배워야 하는 언어’

우리는 어른이 된 후에는 감정을 말로 표현하는 것이 당연한 일처럼 느껴지지만, 사실 감정은 자연스럽게 생기더라도 표현은 배워야 가능한 능력입니다. 특히 만1세~2세의 영아는 기분이 좋거나 나쁘다는 느낌은 분명하지만, 그 감정에 어떤 이름이 있는지, 왜 그런 감정이 드는지는 아직 알지 못합니다.

이 시기의 아이들은 감정을 주로 행동으로 표현합니다. 울거나 소리를 지르거나, 웃으며 소리 내어 깔깔대는 것도 모두 감정 표현의 한 형태죠. 하지만 언어적으로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면, 상대와의 관계에서 오해가 생기거나, 나중에는 스스로의 감정도 혼란스럽게 받아들이게 될 수 있습니다.

그래서 어린이집 현장에서는, 말보다 먼저 감정을 이해하고 표현할 수 있도록 돕는 활동이 중요합니다. 그중에서도 가장 효과적인 방법 중 하나가 바로 **‘감정카드 놀이’**입니다. 아이들에게 익숙한 놀이 형식을 빌려, 감정을 익히고 표현할 수 있게 도와주는 이 활동은 단순하지만 정서 발달에 큰 영향을 주는 감정코칭 도구입니다.


2. 감정카드 놀이란? 어떻게 시작하나요?

감정카드 놀이는 감정이 담긴 표정(일러스트 혹은 실제 얼굴 사진)과 함께, 감정을 표현하는 단어가 적힌 카드로 이루어집니다. ‘기뻐요’, ‘무서워요’, ‘화났어요’, ‘속상해요’, ‘놀랐어요’ 등 다양한 감정을 이미지와 함께 보여주며 아이가 카드를 통해 감정의 이름을 자연스럽게 익히도록 유도하는 놀이입니다.

이 활동은 만1세 후반부터, 말이 서툰 아이라도 충분히 참여할 수 있습니다. 아이가 지금 어떤 기분인지 묻고, “이 표정이랑 지금 기분이 비슷해?”라며 카드를 고르게 하면, 아이는 비언어적 방식으로 감정을 표현하는 연습을 하게 됩니다. 특히 등원 직후, 낮잠 후, 친구와 다툰 상황 이후에 활용하면 효과가 큽니다.

감정카드를 활용할 때는 너무 많은 선택지를 한 번에 보여주기보다는, 2~3개 정도의 카드를 골라 아이가 선택할 수 있게 하는 것이 좋습니다. 이때 “기뻐요?”, “무서워요?” 하고 질문하지 않고, “이 표정이 지금 마음이랑 비슷할까?”처럼 정답을 유도하지 않는 중립적인 말투로 다가가는 것이 핵심입니다.


3. 감정카드 놀이의 실제 효과와 교사의 반응

한 번은 교실에서 친구와 장난감을 두고 갈등을 겪은 유진이(가명)에게 감정카드를 건넸습니다. 유진이는 아무 말 없이 카드를 가만히 보다가 ‘속상해요’ 카드를 집어 들었고, 이내 고개를 푹 숙였어요. 그 순간 저는 말했습니다.
“속상한 기분이구나. 친구랑 같이 놀고 싶었는데 안 돼서 마음이 불편했구나.”
유진이는 말 대신 고개를 천천히 끄덕였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하지는 못했지만, 감정을 인식하고 공감받는 경험을 한 것입니다.

또한 감정카드를 반복적으로 활용하다 보면, 아이들은 일상 속에서 스스로 감정 언어를 사용하기 시작합니다. “나 화났어요!”, “기분 좋아요!” 같은 표현은 놀이의 결과이자, 감정코칭이 내면화된 증거입니다. 감정에 이름을 붙일 수 있다는 건, 아이가 그 감정을 이해하고 있다는 뜻이며, 이는 곧 자기 조절력의 기초가 됩니다.

교사 입장에서도, 아이의 말이나 행동만으로는 알기 어려웠던 감정을 감정카드를 통해 파악할 수 있어 더욱 세심한 대응이 가능해졌습니다. 특히 말이 느린 아이, 표현이 서툰 아이에게는 감정카드가 감정을 들여다볼 수 있는 창문이 되어줍니다.


4. 감정카드, 감정을 열고 마음을 잇는 다리

감정카드 놀이는 단순한 언어 학습 활동이 아닙니다. 그것은 아이와 어른이 감정을 나누는 도구이자, 아이가 자신을 이해하고 존중받는 경험을 할 수 있는 다리입니다. 감정을 언어로 표현하는 능력은 학습이 아닌 반복된 경험에서 쌓입니다. 감정카드 놀이는 그 경험을 자연스럽고 일상적으로 만들어주는 훌륭한 수단입니다.

특히 만1세~2세 시기의 감정코칭은 단지 오늘 하루를 잘 보내기 위한 기술이 아니라, 아이 인생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서 기반을 형성하는 과정입니다. 감정카드를 활용하면 교사는 감정을 구체적으로 읽어주고, 아이는 감정을 안전하게 드러내고, 서로의 마음이 맞닿는 순간을 만들 수 있습니다.

놀이로 만나는 감정 교육, 억지로 가르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지는 감정 인식과 표현. 오늘 교실에 감정카드를 한 번 들여보세요. 아이들의 눈빛이 달라지고, 교사와 아이 사이에 ‘마음의 언어’가 흐르기 시작하는 순간을 만나게 되실 거예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