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안 해! 싫어!”로 시작된 아침
매일 아침이 평화로울 수는 없습니다. 특히 만1세 아이들은 말 대신 감정과 몸으로 표현하는 시기이기에, 때때로 어른 입장에서는 ‘투정’으로 보이는 행동이 반복되곤 합니다. 오늘 아침, 서준이(가명)는 등원하자마자 신발을 벗기 싫다고 바닥에 주저앉았습니다.
“싫어! 안 해!”
아이의 입에서는 짧지만 강한 거절의 말이 튀어나왔고, 서준이는 신발을 벗기려는 선생님의 손을 툭 치며 등을 돌렸습니다.
다른 교사들은 “이럴 땐 단호하게 말해야 해요”, “울기 전에 얼른 행동을 멈추게 해야 해요”라고 조언했지만, 저는 오늘 하루, 서준이의 감정을 먼저 들여다보기로 했습니다.
그의 이 행동은 단지 고집이 아닌 무언가 불편하고 억울한 감정이 있다는 표현일 수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입니다.
감정코칭은 이런 투정의 순간을 ‘가르치는 기회’가 아닌, 공감할 수 있는 기회로 전환하는 힘이 있습니다.
2. 감정에 이름 붙여주는 교사의 언어
서준이의 옆에 조심스럽게 앉았습니다. 억지로 신발을 벗기려 하거나 “빨리 하자”고 다그치지 않았습니다. 대신 천천히 눈을 맞추며 이렇게 말했어요.
“서준아, 지금 기분이 안 좋아 보이네. 뭔가 속상했어?”
서준이는 고개를 돌리고 대답은 없었지만, 얼굴이 붉어졌고 눈가가 촉촉해졌습니다.
그 모습을 보고 이어서 말했습니다.
“신발 벗는 것도 싫고, 어린이집 오는 게 좀 힘들었을까? 오늘 아침 기분이 별로였던 거야?”
그 말에 서준이는 조용히 저를 바라보았고, 손을 쥐고 있던 신발을 살짝 내려놓았습니다.
이처럼 감정코칭에서 중요한 것은 ‘아이의 감정을 대신 말해주는 것’입니다. 아직 언어로 자신의 상태를 설명하지 못하는 만1세 아이들에게는, 어른이 그 감정을 대신 표현해 주는 것이 감정을 정리할 기회를 제공하는 첫걸음입니다.
이 과정에서 중요한 것은 정답을 찾는 것이 아니라, 아이 마음에 공감하는 마음으로 다가가는 태도입니다. 아이는 어른의 말이 정답이어서가 아니라, ‘이 사람이 내 마음을 궁금해해 준다’는 느낌 때문에 마음을 열게 됩니다.
3. 투정 뒤에 숨어 있는 진짜 감정
신발을 벗고 교실로 들어온 서준이는 여전히 표정이 밝지는 않았습니다.
하지만 아까보다 훨씬 안정된 모습이었고, 손을 씻고 자리에 앉아 아침 놀이를 관찰하기 시작했습니다.
그 모습을 보며 저는 아이 옆에 앉아 다시 말을 건넸습니다.
“조금 속상한 기분이 사라졌을까? 지금은 괜찮아졌어?”
서준이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사실 그날 아침, 서준이는 집에서 엄마가 바빠서 평소보다 일찍 깨우고, 급하게 등원을 준비했다고 합니다. 엄마는 “괜찮아, 나중에 놀아줄게”라고 말했지만, 아이는 준비되지 않은 채 등원길에 나섰고, 그 불편한 감정이 ‘투정’이라는 형태로 밖으로 터져 나온 것이었습니다.
우리는 종종 아이의 투정을 ‘버릇없음’이나 ‘반항’으로만 해석하기 쉽지만, 그 안을 들여다보면 서운함, 속상함, 불안감, 무력감 같은 다양한 감정이 숨겨져 있습니다.
감정코칭은 이런 감정들을 행동으로만 보지 않고 마음의 언어로 풀어주는 일입니다.
서준이 역시, 감정이 이해받는 순간 마음을 열었고, 더 이상 행동으로 감정을 표출하지 않아도 된다는 것을 알게 된 듯 보였습니다.
4. 감정 언어는 아이의 마음을 안아주는 힘입니다
하루가 끝날 무렵, 서준이는 아침과는 전혀 다른 표정으로 놀이에 몰입하고 있었습니다.
낮잠 후 깨어나면서 살짝 짜증을 내는 순간도 있었지만, 제가 “졸려서 짜증이 났을 수 있어”라고 말하자 고개를 끄덕이고 이불을 덮고 누웠습니다.
이처럼 아이는 반복되는 감정 언어의 경험을 통해, 자신의 감정을 안전하게 표현할 수 있다는 믿음을 조금씩 쌓아갑니다.
감정코칭은 정답을 알려주는 교육이 아닙니다.
아이의 말 뒤에 있는 마음을 듣고, 행동 속에 숨은 감정을 해석해주는 일입니다.
특히 투정은 그 자체가 나쁜 것이 아니라, 표현되지 못한 감정의 결과라는 점을 기억해야 합니다.
어른이 먼저 감정에 귀 기울이고 언어로 표현해줄 때, 아이는 점차 감정을 억누르지 않고 말할 수 있는 아이로 성장합니다.
그리고 그 첫 경험이 반복될수록, 아이의 정서적 탄력성은 더욱 깊고 단단해집니다.
오늘 하루도 투정을 부리는 아이를 만났다면, 한 걸음 더 천천히 다가가 이렇게 말해보세요.
“지금 기분이 어떤지 말 안 해도 괜찮아. 선생님은 네 마음이 궁금해.”
그 말이 아이 마음을 안아주는 가장 따뜻한 시작이 될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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