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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싫어!’를 자주 말하는 만1세, 어떻게 반응해야 할까?

by 앨이야 2025. 6. 22.

1. “싫어!”의 진짜 의미는 ‘감정 표현의 시작’

만1세 아이들이 자주 하는 말 중 하나는 단연 “싫어!”입니다.
모든 말 앞에 “싫어!”가 붙고, 행동으로도 거부감을 드러내죠.
놀잇감을 치우자고 하면 “싫어!”, 바지를 갈아입히려 하면 “싫어!”,
심지어 좋아하는 간식도 “싫어!”라고 말하고는 받아먹기도 합니다.

이런 모습에 많은 교사와 부모는 걱정하곤 합니다.
“왜 이렇게 부정적인 말을 자주 할까?”, “성격이 고집스러운가?”
하지만 감정코칭의 관점에서 본다면, ‘싫어’는 부정적인 언어가 아닙니다.
오히려 자신의 의사와 감정을 표현하려는 최초의 시도이자
내면의 감정을 언어로 연결하는 귀중한 출발점이에요.

감정 표현 능력이 부족한 만1세에게 “싫어!”는
불안, 불편함, 피곤함, 서운함, 슬픔 등 다양한 감정의 대리표현일 수 있습니다.
따라서 이 시기의 ‘싫어’는 교정할 대상이 아니라,
공감하고 해석해주어야 할 감정 신호입니다.


2. ‘싫어!’에 담긴 감정은 무엇일까?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무엇을 해도 “싫어!”라고 말하며 고개를 젓고,
때론 바닥에 주저앉거나 친구와 장난감을 던지기도 했죠.
하지만 아이와 함께 지낸 시간이 쌓이면서 보게 된 건,
이 아이가 ‘싫어’를 말할 때마다 특정한 감정이 반복된다는 것이었습니다.

예를 들어 낮잠시간 직전, 새로운 활동을 제안할 때,
혹은 교사가 교체되는 순간에 이 말이 자주 나왔습니다.
이러한 반복을 통해 그 ‘싫어’ 속에는
불안정한 감정, 변화에 대한 두려움, 통제 욕구 등이 숨어 있었음을 알게 됐어요.

그래서 교사는 먼저 “싫어”라고 말한 아이에게
“○○야, 지금 하고 있는 걸 계속하고 싶구나?”,
“갑자기 바뀌는 게 마음에 안 들었구나.”라고 감정을 읽어주는 말로 반응했습니다.
이렇게 감정에 이름을 붙여주자 아이는 점점
“싫어!”만 반복하던 행동에서 벗어나 “지금 하고 싶어요”, “이건 안 해요”라고
자기표현으로의 전환을 하기 시작했습니다.


3. 감정을 받아주되, 경계를 함께 세워야 해요

감정코칭은 무조건 아이의 뜻을 따라주는 게 아닙니다.
‘싫어!’를 말할 수 있도록 감정을 수용하되,
그 안에서 사회적인 경계를 함께 알려주는 것이 핵심이에요.

예를 들어, 장난감 정리 시간에 “싫어!”라고 말하는 아이에게
“놀고 싶었구나. 하지만 지금은 친구들과 함께 정리할 시간이야.”라고 말하는 것.
이건 감정을 인정하면서도, 공동체 속에서의 약속을 알려주는 방식입니다.

또한 감정을 말하는 다른 표현 방법을 제안해주는 것도 좋습니다.
“싫어!”라고 할 때 “화가 났구나? 이렇게 말해볼까? ‘아직 하고 싶어요’”
이런 방식으로 감정 언어를 확장시키면 아이는 점차
한 가지 표현에서 벗어나 다양한 말로 감정을 표현할 수 있게 됩니다.

‘싫어’라고 말할 자유와, 감정을 건강하게 조절하는 기술은
함께 길러져야 아이가 관계 속에서 자신을 지키고,
또 조율하는 힘을 키울 수 있습니다.


4. “싫어”가 “나는 이런 마음이에요”가 되기까지

“싫어”만 말하던 아이가 “이건 안 하고 싶어요”,
“저거 먼저 하고 싶어요”, “속상해요”라고 말할 수 있을 때,
우리는 그 안에서 감정코칭의 진짜 성과를 발견하게 됩니다.

어린이집이라는 작은 사회에서 아이는 스스로의 감정을 말할 수 있게 되고,
그 감정이 존중받는 경험을 통해 마음이 단단해집니다.
‘싫어’는 거절이 아니라 표현입니다.
감정코칭은 아이가 그 표현을 더 풍부하고 긍정적인 방식으로 바꾸도록 돕는 여정입니다.

만1세 아이가 “싫어”라고 말할 때,
그 말을 막기보다 “왜 그런 감정을 느낄까?”를 먼저 생각해 주세요.
그 순간, 우리는 감정과 함께 걸어가는 교사이자 보호자가 됩니다.
그리고 아이는 그 마음을 통해 한 뼘 더 자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