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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세부터 시작하는 감정코칭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 놀이로 마음을 열다

by 앨이야 2025. 6. 23.

1. 말보다 마음이 앞서는 아이들

만1세 전후의 아이들은 말보다 감정이 먼저 앞서는 시기입니다.
하지만 모든 아이가 감정을 외부로 드러내는 방식은 다릅니다.
어떤 아이는 울음으로, 어떤 아이는 짜증으로 표현하지만
또 어떤 아이는 아무 말 없이 조용히, 표정 하나 없이 감정을 삼키기도 합니다.

그런 아이들을 보면, 교사나 부모는 오히려 더 걱정이 됩니다.
“속을 알 수가 없어.”, “정말 괜찮은 걸까?”라는 마음이 들지요.
하지만 이런 아이들일수록 감정 표현의 통로가 **‘언어’가 아닌 ‘행동’이나 ‘몸’**에서
천천히 시작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합니다.

이럴 때 감정코칭의 열쇠는 바로 **‘놀이’**입니다.
놀이 속에서 아이는 말하지 않아도, 자신의 감정을 행동으로 풀어내고
선생님과의 교감을 통해 감정의 이름을 배워나갈 수 있어요.


2. 말 없는 아이가 놀이 속에서 보여준 감정

한 아이가 있었습니다. 등원할 때도, 식사할 때도, 놀이할 때도
크게 울지도, 웃지도 않는 조용한 아이였어요.
처음에는 낯가림이라고 생각했지만 시간이 지나도 크게 다르지 않았죠.
하지만 자유놀이 시간, 블록 쌓기를 하며 한 가지 행동이 눈에 들어왔습니다.

블록을 천천히 쌓다가, 누군가 건드리면 갑자기 확 무너뜨리고 돌아서버리는 것.
아무 말도 없었지만 그 안엔 좌절, 서운함, 속상함이 담겨 있었어요.
그날 이후 교사는 놀이 도중, 아이의 눈빛과 손의 움직임을 유심히 살폈습니다.
그리고 아이가 블록을 무너뜨리려는 순간
“아까 네가 만든 걸 친구가 건드리니까 속상했구나”라고 말해주었죠.

그 순간, 아이는 눈을 크게 뜨고 교사를 바라보았고,
몇 초 뒤 블록을 다시 하나하나 쌓기 시작했어요.
작은 공감의 순간이 아이의 마음을 열게 된 것이죠.


3. 놀이로 감정을 꺼내는 감정코칭의 힘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들에게는 놀이가 가장 좋은 대화 수단입니다.
특히 역할놀이, 그림 그리기, 블록 놀이, 인형 놀이 등
감정을 투사할 수 있는 놀이가 감정코칭의 도구로 효과적이에요.

예를 들어 아이가 인형을 눕히며 “아야 했어”라고 말한다면,
그건 자신이 겪은 경험일 수 있습니다.
혹은 그림 속에 비 오는 하늘을 계속 그리는 아이가 있다면,
그건 말하지 못한 우울함이나 외로움의 표현일 수도 있어요.

이럴 때 교사는
“이 인형이 어디가 아팠을까?”, “비 오는 날 기분은 어때?”처럼
놀이 속 감정에 말을 붙여주는 역할을 하게 됩니다.
아이들은 이런 경험을 통해
‘감정은 말할 수 있는 것’이라는 감각을 조금씩 익혀갑니다.


4. 감정은 표현할 때 비로소 연결된다

감정은 억지로 끌어내는 것이 아닙니다.
아이의 속도에 맞추어 놀이 속에서 천천히 드러나고,
그때 그 감정에 교사가 반응해 줄 때,
아이와 교사 사이에는 진짜 정서적 연결이 생깁니다.

조용했던 아이는 이후
다른 친구에게 “하지 마”라고 처음으로 말했고,
교사에게 “속상해요”라는 표현을 조용히 건넸습니다.
감정을 말로 표현한다는 것은
자신을 이해받고 있다는 믿음이 생겼다는 뜻이에요.

감정 표현이 서툰 아이에게 가장 필요한 건
잘 말하는 훈련이 아니라, 들어줄 준비가 된 어른입니다.
그리고 그 연결을 만들어주는 가장 좋은 다리가 바로 놀이입니다.